[인터뷰+] 신원호 감독 "'슬의' 시즌3 아쉬움? 당연히 있지만…"

입력 2021-10-08 09:34   수정 2021-10-08 09:35



'응답하라' 시리즈에 이어 '슬기로운' 시리즈까지 완벽한 성공이다. 신원호 감독이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한 후 "휴식"을 선언했다. 본격적인 휴식에 앞서 진행한 서면인터뷰에서 신원호 감독은 '슬기로운 의사생활2'의 성공 비결로 배우들의 호흡과 시청자들의 '내적 친밀감'을 꼽았다.

이미 일찌감치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는 이번 시즌이 끝이라는 소식이 알려졌지만, 신원호 감독은 "아쉬움은 있지만, 시즌2도 헤어짐이 힘들었다"며 "시즌3까지 했으면 큰일날 뻔했다 라는 생각도 한다"면서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

앞서 신원호 감독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을 비롯해 CJ ENM 이적 후 tvN에서 선보인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응답하라 1988', '슬기로운 감빵생활'에 이어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까지 함께한 이우정 작가와 다양한 도전을 계속하고 싶다는 의지도 전했다.

신원호 감독은 "다른 매체, 플랫폼에서 장르를 특정짓지 않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늘 많다"며 "애니메이션이나 뮤지컬 같이 전혀 다른 컨텐츠에도 관심이 많다"고 밝혀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시즌1에 이어 시즌2까지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종영한 소감과 함께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인기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보시는 분들이 각기 매력을 느끼는 부분들, 예를 들어 누군가는 다섯 동기들의 케미, 또 누군가는 음악 혹은 밴드, 누군가는 환자, 보호자들의 따뜻한 이야기, 누군가는 러브라인, 누군가는 많은 배우들의 연기 앙상블에 호감을 갖고 들어오셨다가 또 다른 포인트들에 매력을 느끼시고 사랑을 주신 것 아닐까 짐작한다. 그리고 그 중 하나를 굳이 꼽으라면 아마도 다섯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캐릭터와 케미스트리, 그리고 그들이 그려내는 율제병원 안의 소소한 사람 이야기에 점수를 많이 주신 것 아닐까 싶다.

그리고 시즌2로 국한해서 생각해보면 단연 '내적 친밀감'이 가장 크지 않았을까 한다. 시즌1에서 시즌2로 건너오며 생긴 2년여의 시간속에서 드라마 자체와의 친밀감, 캐릭터, 배우들과 갖게 되는 내적 친밀감이라는 게 생긴다. 익히 아는 캐릭터, 익히 아는 관계, 익히 아는 이야기들 이라는 생각에 거리감이 많이 좁혀졌던 게 시즌2의 가장 큰 인기 요인이 아니었을까 짐작해 본다.

▲ 2개의 시즌 동안 함께 호흡한 배우들과의 기억도 남다르실 것 같다. 조정석,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 99즈와의 2회차 호흡 어떠셨나.

신기한 경험이었다. 첫 촬영날도 그랬고, 다섯 명이 모두 모인 씬을 처음 찍던 날도 그랬고, 시즌1 이후 10개월 가까운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거짓말같이 어제 찍다가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첫 촬영이라 하면 으레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있다. 서로의 호흡을 맞춰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아예 생략되고 물 흐르듯이 진행되다 보니까 그게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던 것 같다. 배우들이며 스태프도 현장에서 이런 얘기를 많이 했었다. 스태프, 배우들간의 내적 친밀감도 2년여의 시간 동안 어느새 두텁게 쌓이다 보니 시즌2는 훨씬 더 촘촘한 케미로 이어질 수 있었고 그 모든 과정 자체가 신선한 경험이었다.

▲ 99즈 외에 신현빈, 정문성, 곽선영, 김해숙, 김갑수, 최영준, 하선빈, 문태유 등 수많은 배우들도 활약을 했다. 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다른 배우들 역시 마찬가지다. 거짓말같이 어제 만나고 또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실 촬영 횟수로 보면 99즈 다섯 배우들에 비해서는 적은데도 불구하고 어제 호흡 맞췄다가 다시 오늘 촬영하는 것처럼 너무 자연스러워서 다들 신기해 했었다.

시즌2 하면서 하나 달라진 느낌이 있었다면, 다들 한층 더 매력있는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다들 한 명도 빠짐없이 너무 멋지고 성숙해진 모습으로 나타나서 스태프가 각 배우들의 첫 등장 촬영 때마다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사랑받는다는 것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다시 한번 느꼈던 순간들이었다.

특별 출연 해주신 배우분들에게는 항상 감사한 마음 뿐이다. 늘 빚지는 기분으로 연락 드리고, 늘 술 백 번 사겠다고 말씀드리는데, 사실 시즌1 특별 출연 해주신 분들에게도 시국이 이러다 보니 자리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아직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언제고 꼭 연락 드리고 한 분 한 분 찾아 뵙겠다.

특히 현정화 감독님의 경우 너무 감사했다. 탁구 대회 에피소드는 스토리 전개 상 마지막에 어마어마한 고수가 나와 주셔야 했고, 그래서 현정화 감독님께 연락 드렸다. 복식이다 보니 선수 한 분이 더 필요했었는데 직접 발벗고 나서서 너무 열심히 섭외를 해주셨다. 올림픽이 코앞이라 섭외가 쉽지 않았는데도 끝까지 열심히 섭외를 해주셨고, 너무 감사하게도 주세혁 선수가 함께 나와 주셨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연기를 하시는 분들도 아니신데 두 분 모두 대사 연습도 많이 해 오셔서 연기도 흠 잡을 데 없었다.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 뿐이다.

▲탁구 대회 장면의 경우 올림픽 시즌이 딱 끝난 후 방송이 되었다.

올림픽 시즌을 염두 하고 만든 에피소드는 전혀 아니다. 처음 초반 기획 때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에피소드다. 일단 기본적으로 그렇게 수많은 과들이 모여서 탁구 대회를 한다는 것 자체도 재미있는 그림일 것 같았지만, 그보다도 지금까지 못 보여드렸던 여타 과들의 모습을 담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대진표에 적힌 수많은 과들의 이름만 봐도 ‘병원 안에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구나, 환자 한 명을 보기 위해 그저 한 두개의 과만 움직이는 게 아니구나’라는 느낌이 전달되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으로 탁구 대회를 빌었던 거다. 사실 탁구대회가 포함된 9화의 큰 맥락이 그거였다. 수많은 과의 수많은 분들이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 시즌2에서 시청자들의 관심이 가장 컸던 부분은 바로 99즈의 로맨스 결말이었던 것 같다. 연출하시면서 가장 중점을 두신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물론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고 보면 다 보이겠지만 워낙 로맨스만의 드라마가 아니다보니 러브라인의 흐름이 빠르거나 밀도가 촘촘할 수가 없다. 연출자의 입장에서 다른 장면들에 비해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아마 그런 점들 때문에 조금 더 차근히 받아들여질 수 있도록 살짝 느릿하게 호흡을 더 가져가려 했던 정도 였던 것 같다. 실제 그 호흡, 그 분위기, 그 공간 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연출하려 했던 장면들이 많았다.

▲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시작으로 시즌제 드라마들이 잇따라 등장했고, 주1회 새로운 시청 패턴의 선두주자라는 평을 받았다. 시즌 2까지 마친 지금, 감독님이 직접 경험하신 시즌제 드라마의 장단점, 그리고 주1회 드라마를 연출하시면서 느낀 강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제 주 2회 드라마는 다신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주일에 2개씩 했었던 전작들은 어떻게 해냈던 건지 지금으로선 상상도 안 간다. 이건 저 뿐만 아니라 스태프과 배우들 모두 공히 피부로 체감하는 부분이다.

아무래도 현장의 피로함이 줄어드니 그 여유가 결국 다시 현장의 효율로 돌아오게 된다. 그 점이 주 1회 드라마가 가진 최고의 강점 아닐까 싶다. 매회 그 어려운 밴드곡들을 위해 연기자들에게 그렇게 여유있는 연습시간이 주어질 수 있었던 것도 주 1회 방송이라는 형식이 준 여유 덕분이다.

시즌제의 가장 큰 강점은 내적 친밀감 아닐까 싶다. 모든 드라마가 마찬가지겠지만, 제작진에게 가장 큰 숙제는 1회다. 1회에서 드라마의 방향성과 캐릭터들을 효과적으로, 지루하지 않게 어떻게 소개할 것인가 하는 것이 늘 큰 고민인데, 시즌제에선 시즌1을 제외하고는 그 고민을 생략하고 시작할 수 있다. 그냥 바로 이야기가 시작되어도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고 이미 친한 캐릭터, 익숙한 내용들이다 보니까 쉽게 받아들이고 접근할 수 있다. 기획을 할 때 예상을 했었던 부분이긴 해도 이 정도로 큰 강점으로 올 줄은 몰랐었다.

제작 단계에서도 편리하다. 캐스팅이며 로케이션이며 세트며 소품이며 의상이며 모든 면에서 각기 새롭게 등장하는 것들을 보충하는 것 외에는 이미 세팅되어 있는 부분들이 많다보니 준비기간도 어마어마하게 단축된다. 그래서 중간에 ‘하드털이’도 할 수 있었던 거고… 어쨌든 여러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고도 영리한 형식인 건 확실하다.

▲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철저하게 기획된 시즌제, IP 전략의 성공이라는 얘기가 많았다. 특히 시즌1과 2사이의 공백을 매주 공개한 하드털이가 채웠고, '슬기로운 캠핑생활'도 방송되면서 유일무이한 행보를 보여줬다.

시즌제 드라마를 만들면서 가장 신선했던 부분이 시즌1의 마지막 회와 시즌2의 첫 회였다. 이렇게 끝내도 돼? 이렇게 시작해도 돼? 싶은 느낌이 들어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다만 기다리시는 입장에서는 마치 12회를 끝나고 13회를 1년 동안 궁금해하며 기다려야 하다보니 그 부분에 대한 어떤 보상을 좀 해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하드털이'를 시작하게 된 첫 번째 이유다. 보통 드라마에서 못 보여드렸던 장면은 블루레이나 DVD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렇게 한정적인 분들이 보시는 것 보다는 공개적으로 시즌 2를 기다리시는 많은 시청자분들이 보실 수 있게 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유튜브라는 매체를 실질적으로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컸다. 5~10분 사이로 짤막하게 하고 싶었는데, 하면 할수록 분량이 늘어나고 점점 더 꼼꼼하게 체크하게 되고 하다 보니까 갈수록 예능 할 때 만큼이나 힘들었었다. 드라마 준비도 해야하고, 거기에 매주 하나씩 콘텐츠를 편집부터 자막, 음악도 넣고 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내가 왜 이러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매주 하나씩 편성이 된 거나 다름 없었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던 것 같다.

근데 한편 너무 재미있었다. 십년 만에 예능을 하는 셈이다 보니까. 처음에는 내가 십년 만에 자막을 뽑을 수 있을까, 예능 버라이어티 편집에서 자막을 뽑는다는 일 자체가 핵심이라 예능 감이 떨어져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다 보니까 예전에 그 세포들이 다시 움직이는 느낌이었다. 사실은 힘든데 되게 재미있었다. 어떻게 보면 드라마 할 때보다 더 즐기면서 했던 것 같다.

'슬기로운 캠핑생활'의 경우는 정말 순수히 배우들로부터 시작된 컨텐츠였다. 시즌2 준비과정과 겹치면서 힘든 점도 많았지만, 그렇게 단순하고도 순수하게 컨텐츠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점, 그렇게 순수한 진심으로 만들면 큰 기술 없이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우연한 컨텐츠 하나가 출장 십오야 같은 다른 줄기로도 충분히 확장되어 갈 수 있다는 점들을 목격하면서 수년간 쌓아왔던 많은 편견들을 스스로 깨트릴 수 있었던 놀라운 경험이었다.

▲ '슬기로운 의사생활2'에서 로맨스 라인을 향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익송, 겨울정원, 준순, 곰곰 커플까지, 각각 그 분위기가 다 달라서 시청자들 역시 각각 응원하고 지지하는 커플이 달랐다.

익준이랑 송화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보면 저희가 가장 잘 해왔던 색깔이긴 했다. 오래된 친구 사이에서 벌어지는 타이밍의 엇갈림, 여러 상황들의 엇갈림, 그 가운데서 애타는 마음과 결국엔 절절하게 이루어지는 스토리 축은 워낙 '응답' 때부터 많이 보여줬던 색깔이긴 한데, 그 때보다는 더 연한 색깔로 가야 된다고 생각했다. 친구들간의 케미를 깨뜨리지 않으면서 은근하게 시즌1과 시즌2 전체의 축이 되어줘야 했던 러브라인이라서 그 적당한 밀도를 지켜가야 하는 점을 가장 많이 신경 썼던 것 같다. 선을 넘지 않는, 조금씩 조금씩 아주 조금씩 보는 분들도, 캐릭터들도 서서히 물들도록 하려고 했다. 그래서 찍으면서 좀 과하다, 눈빛이 진하다, 너무 멜로 느낌이다 하는 것들을 많이 걸러내고 조금 더 천천히 진행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키였던 것 같다.

11화 마지막씬에서 어쩌면 무모해 보일 수 있었던 롱테이크로 갔던 이유도 20년의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씬이 후루룩 넘어가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순간 분명 넘기 힘든 감정들이 있다. 그 부분들이 납득되도록 연출을 하고 싶었고, 그래서 거의 2분이 가까운 롱테이크가 그 간극을 좀 채워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둘이 친구에서 연인이 되는 과정에 이렇게 긴 호흡이 있어야 보시는 분들도 그 숨막힐 듯한 공기와 분위기를 함께 느끼며 ‘맞아 맞아, 저럴 것 같아’라고 설득이 될 것 같았다. 느릿했던 그 씬이 어떻게 보면 익준 송화 커플의 가장 큰 특징을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씬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정원, 겨울 같은 경우, 정원이의 절절했던 마음과 신부가 되고 싶은 마음 사이의 내적 갈등, 겨울이의 가슴 아픈 짝사랑, 이런 감정들이 결국 시즌1에서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되었다.

시즌2에서는 그 커플이 얼마나 더 단단해져 가느냐에 초점을 맞췄다. 둘이 서로에게 얼마나 좋은 사람들인지, 그리고 그 좋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기대일 때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운지를 겨울정원 커플을 통해 많이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12화에서 겨울이가 고민하는 정원이의 등을 토닥여주는 장면이 그래서 가장 의미가 깊다고 생각한다.

로맨스가 완성되는 과정만으로 봤을 때 시즌1의 가장 큰 축이 겨울정원이었다면 시즌2의 큰 축은 석형, 민하였다. 어찌보면 사실은 시즌1부터 차근히 쌓여져 온 러브라인이다. 석형이 가진 여러 개인사에 대한 고민이 본인 스스로 해결되어야만 사랑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 이 러브라인의 가장 큰 얼개였다. 시즌1에서는 그런 부분들이 충분히 쌓이고 시즌2에서는 그걸 극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얼개만 보면 무거운 느낌일 수도 있는데 그 과정에서 보여지는 둘의 모습은 귀엽고 사랑스럽길 바랬다. 어쩌면 큰 틀은 묵직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가장 ‘요즘 멜로’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던 커플이다. 사실 두 배우 모두 멜로 연기는 처음이기도 하고 여타 다른 멜로의 흐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는 점들이 많다보니 보시는 분들이 얼마나 좋아해 줄까 하는 고민도 있었는데 너무 큰 관심과 사랑을 받게 돼서 저도 그렇고 배우들도 마찬가지고 너무 감사하고 신기했다.

준완이와 익순이 같은 경우는 어찌보면 곰곰 커플과는 반대였다. 시작이나 연애 중간중간의 느낌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느낌이었지만 전체 얼개는 묵직해야 했다. 해서 시즌1이 재미있으면서 설레는 멜로였다면 시즌2는 정통 멜로의 색깔로 갔다. 정말 실제 그럴 법한 연인 간의 갈등들, 장거리 연애에서 나올 수 있을 법한 고민들, 서로의 직업적인 상황들 때문에 갖게 될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엇갈림과 오해, 이별,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절하게 이어나가는 둘의 마음들이 잘 보여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씬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정경호와 곽선영 배우가 너무 연기를 잘해줬다. 이 짧은 씬들을 어떻게 저렇게 절절하게 만들어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잘 표현해줬다. 시즌1에서는 둘이 서기만 해도 로맨스 코미디가 뚝딱 만들어졌다면 시즌2에서는 둘만 있으면 정통 멜로가 뚝딱 만들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정말 둘이 잘 만났다 싶은 생각이 자주 들었던 커플이었다.

▲ 이번 시즌2에서 담지 못해 아쉬운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

환자와 보호자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여전히 많이 남아있다. 애초에 기획했던 것은 정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의사들의 이야기가 주된 축이었기 때문에 할 얘기, 에피소드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마치 우리 일상이 오늘 지나면 또 내일의 이야기가 있고, 내일 지나면 모레 이야기가 있듯이 구구즈의 일상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다만 시즌제를 처음 제작하면서 쌓인 이런저런 고민들과 피로감들이 많다보니 그 이야기를 다시금 이어나갈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 쉽지는 않을 것 같다.

▲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하셨지만, 마지막까지 큰 인기를 얻었던 만큼 시즌3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왜 없겠나. 당연히 있다. 그런데 그런 생각도 해봤다, 시즌2까지 하고 헤어지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배우도 그렇고 스태프들도 이렇게 아쉬워하고 가슴 아파하는데, 시즌3까지 했으면 큰일날 뻔했다 라는 생각도 한다.(웃음) 더 정들기 전에 이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착한 사람들만 등장했지만, 갈등을 유발하는 빌런이 없었기에 이야기를 전개하고, 이를 화면으로 선보이면서 고민도 크셨을 거 같다. 연출을 하면서 각 캐릭터의 관계성을 보여주면서 마지막까지 설득력있는 에피소드를 선보이기 위해 어떤 부분을 고민하셨는지 궁금하다.

이우정 작가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마음 불편한 악역이나 갈등들은 보기 어렵더라. 사실 컨텐츠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가장 기본요소가 갈등이기 때문에, 그 갈등을 유발시켜 줄 악역들은 당연히 필수요소다. 하지만 그 악역을 최소화해서 가보자는게 저희 목표 중 하나였다. 각 캐릭터들, 그리고 관계들이 갖고 있는 설정들로부터 나오는 갈등으로도 충분히 꾸려 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악역들은 최소한으로 꾸려가되 그마저도 현실에서 만날 법한 캐릭터로 꾸리고, 그런 갈등 마저도 되도록이면 빨리빨리 해소될 수 있도록 불편한 느낌이 오래가지 않도록 하는게 목표였다. 마음 편하게 발 뻗고 보실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판타지이기도 하다. 세상 모두가 다 좋은 사람이면 좋겠다는 판타지. 그래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저 좋은 사람들 사이에, 좋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이야기를 만들려 한다. 그걸 판타지라고 불러도 좋다. 그저 보면서 마음이 편해지고 위로받는 기분이었으면 한다. 결국 저희가 보여드리고 싶었던 드라마는 결코 한 직업에 대한 미화가 아니라 좋은 마음을 가진 직업인들에 관한 따뜻한 이야기였다. 사실 공유 같은 '도깨비'도 없고 박보검 같은 남자친구도 없다. 어차피 모든 드라마가 판타지라면 그나마 좋은 사람들의 세상은 그나마 더 현실에 가까운 판타지 아닐까 싶다. 웬만한 설정으로는 일말의 화제성도 얻지 못하는 시대이다 보니 드라마는 점점 독해지고 있다. 보다 자극적이고 보다 쇼킹하고 보다 어마어마한 이야기들의 틈바구니 속에 이런 착한 판타지 하나쯤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 '슬기로운 의사생활'까지 성공시키면서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시작해 이우정 작가와 드라마로도 1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전과 비교해 작업 방식이 달라진 부분이 있는지, 드라마 외에 다른 협업 계획은 없으신지 궁금하다.

다른 매체, 플랫폼에서 장르를 특정짓지 않고 이런저런 시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늘 많다. 훨씬 더 다크하거나 잔혹한 장르물에도 관심이 많고 애니메이션이나 뮤지컬 같이 전혀 다른 컨텐츠에도 관심이 많다. 하지만 당장은 둘 다 휴식이 먼저인 것 같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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